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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의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 ‘는 거품인가?

과학자들 분석결과 새악기 음질이 더 좋다는 결과발표. 이견도 있어.

지난 17~18세기에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마스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와 그 일가는 놀라운 음색의 바이올린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라고 불리는 바이올린중 최고로 평가받는 명기(名器)입니다. 현재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은 전세계적으로 600대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보존 상태가 좋은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가격은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지난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354만 달러(한화 약 40억 원)에 거래된 기록이 있는데요. 악기의 가격이 높아질수록 바이올린의 음질에 대한 궁금증도 더불어 증폭돼 왔습니다.

이런 명품 바이올린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음색을 지니고 있는지 등에 대해 현대의 악기 제작자는 물론 과학자들까지 전 세계적인 연구가 지속돼 왔습니다. 특히나 음악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궁금증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드디어 호기심을 참지못한 과학자들은 바이올린의 음질을 상표 없이 비교해보는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를 시도해 봤습니다. 그러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명기임을 입증하는 뚜렷한 증거가 나오기는 커녕, 음질의 테스트 환경을 놓고 논란만 불거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우수성을 입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이 바이올린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네이처’ 지에 따르면 파리 피에르-마리퀴리 대학의 음향 연구팀은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뛰어난 음질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해왔고, 최종 평가 결과를 담은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았을때는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제작된 새 바이올린이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 더 나은 음질을 보였다는 것이죠.  이 결론은 실제 콘서트홀 연주 상황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비롯해서 과르넬리 등 다른 명품과 함께 새로 제작한 바이올린의 음질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종합한 것입니다.

해당 논문의 주저자인 클라우디아 프리츠(Claudia Fritz) 교수는 “기적의 음질을 지니고 있다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음질에 대한 믿음이 수 세기 동안 바이올린 연주자 및 청중의 세계를 지배해왔으나, 이 명기에 대한 신화를 잊을 때가 됐으며, 더 나은 명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이 정확하다면 수백 년 간 이어져 내려온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명성은 이제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프리츠 교수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지난 2012년 스트라디바리우스 음질에 대한 매우 강력한 증거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21명의 명연주가들로 하여금 눈을 가리게 한 다음 바이올린을 연주케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음질 비교를 시도한 바이올린 중에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외에도 17~18세기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또 다른 명기 과르네리(Guarneri)를 비롯 첨단 기술로 제작해 뛰어난 음질을 자랑하는 다양한 바이올린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연주자들에게 음질이 가장 좋은 바이올린과 가장 나쁜 바이올린을 추천케 했습니다. 결과는 명기의 음질이 좋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놀랍게도 음질이 가장 좋은 것은 최근 제작된 바이올린이었습니다. 반면 가장 나쁜 것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꼽혔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 결과는 일부 명연주가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였던 얼 칼리스(Earl Carlyss)는 “오래된 바이올린을 명기로 만드는 것은 다양한 콘서트홀에서 보여주고 있는 음질 파워”라며 연구팀이 조성한 실험실 환경에 의문을 제기했었습니다.

이런 지적을 당한 연구팀은 실험실이 아닌, 파리와 뉴욕에 있는 저명한 콘서트홀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명연주가들을 초빙해 신·구 바이올린으로 솔로, 혹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게 한 다음 청중들로부터 평가를 받았습니다.

청중들 중에는 바이올리니스트와 바이올린 제작자, 작곡가와 음악 평론가 등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음악을 들은 후에 그 음질을 분석해 평가하게 했는데, 최근 제작된 바이올린의 음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지난 2012년 실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이후 문제점을 보완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명연주가를 비롯한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높게 평가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죠.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에는 음질평가에 대한 이의는 제기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지금까지 많은 명연주가들이 극찬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명성이 허상이었는지, 이런 환원주의적 실험을 무형의 음질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하여 다른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베트남의 바이올린 연주자 스테파니 트란 녹(Stéphane Tran Ngoc)은 “바이올린 명기의 경우, 연주자들과 친숙해질수록 더 좋은 음질을 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반발을 의식한 프리츠 교수 연구팀은 음질에 대한 강력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축적돼온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신비를 계속 이어나기기보다 물리적인 관점에서 바이올린 명기의 정체를 정확히 밝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말이죠.

국내 바이올린연주자중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넬리, 현대악기 등을 모두 연주해본 경험이 있다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이지수 제1바이올린 수석은 “과학적 분석으로서 좋은 시도였고 일리가 있기는 하나, 변수를 너무 단순화 한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이 수석의 말에 의하면 “여러가지 변수, 즉, 바로크시대 곡인지 현대곡인지 등 어떤 장르의 곡을 연주하는지, 성당이나 교회같은 장소와 전문 콘서트홀 등과 같은 평면적 장소인지 입체적인 장소인지 여부, 그리고 해당 장소에 관객이 얼마만큼 채워져있는지 같은 부분, 연주자 마다의 장르 연주법이 다르기에 어떤 연주자가 어떤 연주법으로 연주했는지, 어떤 활을 썻는지 등으로 음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연구 결과로 궁금증이 완전히 벗겨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비추어 객관적인 조건을 잡고 충분한 샘플링을 통해 과학적 방법으로 접금하다 보면 언젠가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신비가 벗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케스트라스토리 김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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