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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음악으로 기억하다

20세기 스타 지휘자이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작곡가 유머러스하고 열정적인 지휘로 라이벌 카라얀과 비교되기도 서울시향 오페라 `캔디드` 연주, 거장 에사 페카 살로넨은 교향곡 `불안의 시대` 지휘

 

1979년 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내한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국내 초연했다. 앞서 한국 정부 관계자는 쇼스타코비치가 소련 작곡가라는 이유로 연주곡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번스타인은 이를 묵살하고 연주를 강행했다. 한때 그는 정치적 성향 때문에 미국 국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매카시즘의 광풍이 미국 전역을 덮쳤을 무렵이었다. 좌파 예술단체와 정치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대학 시절부터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감시를 받았다. 결국 번스타인은 1951년 뉴욕 필 음악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 시기에 그는 미국 지휘대에 설 수도, 작품을 발표할 수도 없었다.

올해는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았던 음악가 번스타인의 탄생 100주년이다. 전 세계가 번스타인의 명곡들을 연주하며 그를 추억하려 한다.

지휘자이자 작곡가, 피아니스트였던 그는 명실상부 미국이 낳고 기른 최초의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였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과 커티스음악원에서 공부했다. 1943년 거장 브루노 발터 대신 우연히 뉴욕 필을 지휘해 명성을 얻었다. 이후 음악감독으로 뉴욕 필의 황금기를 이끌며 세계적인 지휘자로 이름을 날린다.

번스타인의 강력한 라이벌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이었다. 20세기 음악계는 두 라이벌 지휘자로 인해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번스타인의 공연을 전후해 카라얀의 콘서트가 열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번스타인이 기자들을 피해 카라얀과 몰래 만난 일화도 전해진다. 두 사람의 지휘 스타일은 정반대였다. 카라얀이 음을 세밀하게 조탁해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탁월했다면 번스타인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열정적인 지휘로 사랑받았다.

번스타인의 지휘는 여전히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즐겨 듣는 명연주를 남겼다.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은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7개의 연주를 더 담은 스페셜 앨범을 지난 6일 발매하기도 했다.

대중에게는 작곡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그의 작품이다. 뮤지컬이지만 클래식 음악을 바탕으로 낙천적인 작풍이 인상적인 곡이다. 뮤지컬과 오페레타를 반씩 닮은 오페라 ‘캔디드’도 대표작이다. 생전에는 재즈와 클래식을 뒤섞는 작법이 비판받았으나 후대에는 다양한 표현 양식을 융합해 새로운 흐름의 물꼬를 튼 일류 작곡가로 재조명받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티에리 피셔 지휘 아래 오페라 ‘캔디드’를 콘서트 버전으로 10월 12~13일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다. 번스타인이 철학자 볼테르의 소설에서 소재를 땄지만 그만의 재치가 돋보이는 곡이다. 3월 25일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치는 소프라노 다니엘 드 니스도 번스타인 추모에 나선다. 그는 자신의 장기인 모차르트 아리아뿐만 아니라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곡들을 부를 예정이다.

번스타인은 추상적인 관현악 작품은 쓰지 않았다. 그가 남긴 세 편의 교향곡은 모두 동시대 현대인의 위기에 대해 말한다. 그가 생각한 우리 시대의 위기는 ‘믿음의 위기’였다.

세계적인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과 영국을 대표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10월 18~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번스타인의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를 연주한다. 곡에 등장하는 피아노 독주는 공연 초기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번스타인이 직접 연주했다. 이번에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들려준다. “지금은 불안의 시대다(Now is the age of anxiety)”고 선언하는 미국의 위대한 시인 W H 오든의 긴 시에 기반해 작곡된 이 곡은 텅 빈 삶 속 믿음과 의미를 노래한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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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63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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