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ory

악보 없는 오케스트라

[Orchestrastory]

몇 명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계신가요? 요즘 우리는 위키피디아와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외우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지는 시대를 살고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 폰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라던지 외부 메모리에 많이 의존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거스르며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는 영국의 오로라오케스트라(Aurora Orchestra)를 소개합니다. 오로라 오케스트라는 최근 교향곡 전체를 외워서 연주하는 무대를 가졌습니다. 보면대 위에 당연히 있어야 할 프린트 된 악보가 없는 오케스트라의 무대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19세기말, 한스 폰 뷜로(Hans von Bülow)가 마이닝겐 궁정 오케스트라(Meiningen Court Orchestra)를 지휘할때 악보없이 연주하기도 했었고, 모짜르트가 만하임 오케스트라(Mannheim Orchestra)에 있을때도 악보없이 연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오로라 오케스트라가 악보없이 연주한다고 하는데 놀라야 할까요? 오로라를 이끄는 지휘자 니콜라스 콜론(Nicholas Collon)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독주하는 악기연주자나 성악가나 다른 장르의 악기 연주자들은 외워서 연주하는 것을 익숙하게 볼 수 있습니다. 피아니스트들은 베토벤의 망치 소나타Hammerklavier Sonata 를 외워서 연주하지만, 같은 작곡가의 교향곡 “에로이카(Eroica) 나 파스토랄Pastoral” 을 연주할 때는 악보를 보며 연주합니다.

오페라 가수들은 익혀야 할 것 들이 더 많습니다. 노래를 익히고, 가사를 외우고, 동작을 외우고, 무대 위의 소품들과 부딪치지 않게 동선까지 외워서 무대에 오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오케스트라가 악보를 외우지 않는 이유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전문 연주자들은 1년에 많게는 몇 백곡의 곡을 연주합니다. 곡을 연습하는 시간도 부족한데, 악보를 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런 비현실적인 일에 오로라 오케스트라는 악보없는 연주를 도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기 파트의 악보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연습할 때 남겼던, 메모나 표시까지 모두 외워서 연주합니다. 모든 멤버들이 초견(;악보를 보고 바로 연주할 수 있는 능력) 전문가들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반복되는 연습중에 무의식적으로 실제 연습했던 것 보다 더 많이 외울 수 있게됩니다. 그렇게 연습이 끝나면, 어느새 곡들이 소화되어 지휘자의 해석에만 의존하지 않고, 곡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그룹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연주자들끼리 이전과는 다른 유대감이 형성되고, 무대에서 듣지 못했던 다른 파트 소리들을 들을 수 있게됩니다. 물론 압박감,두려움이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연주를 시작할때 이전보다 더 자유롭게, 더 생명력있는 음악을 연주 할 수 있습니다.

보면대 없이 연주하게 되니까 신체적 변화도 생겼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는 연주할 때 팔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졌고, 보면대로 가로막혔던 관객들의 얼굴도 잘보여서 소통하는 것도 더 쉬워졌습니다.(그들은 가로막았던 벽을 치웠다고 표현합니다.) 지휘를 하는 지휘자의 모습이 다소 소란스럽고,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동작은 더 커지고, 힘있는 지휘를 할 수 있게됩니다.

오로라 오케스트라의 악보없는 파스토랄 연주는 9월 22일 런던에서 공연예정입니다. 지난 연주는 유튜브 공식 채널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스토리 이진영 기자
orchestrastory@gmail.com

이미지: 사람 2명,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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