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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오케스트라가 비슷한점 – 월드컵 잡담

우리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할 수 있나?

“여러분(기자)들이 다 떠나고!!! 다른 사람이 와도 똑같을 것입니다.”, “이 기회 못 살리면 한국 축구에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2002월드컵 4강의 주역중 한명이자 현재 축구협회 전무로 있는 홍명보 선수의 말입니다.

그날 기자 간담회는 축구협회 출입기자들과 함께 러시아 월드컵을 정리하고 출입 기자단과 함께 향후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서로 무엇을 해야 할 지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는데요. 마치 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던 장이었다는 후문이고, 그 와중에 홍명보 전무이사가 사자후를 토해냈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홍명보 전무이사는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예까지 들면서 견해를 밝혔습니다.

홍 전무는 “유소년 축구가 중요하다는 건 다들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또 협회도 그동안 많은 정책을 펴왔다”면서 “13세부터 19세까지가 축구 선수로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기본적으로 13세~16세는 강도가 다른 형태의 경기를 계속해야 17~19세 때 국제적으로 성인 레벨에 가까운 축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홍 전무는 구체적인 예를 들었는데요, 축구를 잘하는 유소년 선수가 있어도 경기에 나서지 못해 실력이 도태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홍 전무는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1학년에 올라가면 쉰다. 이어 중학교 2학년에는 반을 쉰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야 경기를 하는데, 그것조차 8월이면 다 끝난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까지 또 쉰다. 잘하는 고1 선수가 있다고 해도 경기에 못 뛴다. 3학년 선배들의 대학 입학을 위한 경기 시간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잘하는 고1 선수가 후반 20~25분께 나가 뛰는데, 그 선수가 경기를 해결 짓더라. 이런 구조가 문제다. 음바페는 이제 19살이다. 주변의 모든 국가들은 연령별 대회가 다 있다. 하지만 우리는 13세~19세까지, 6년 중 3년을 쉬며 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나올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홍 전무는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획일적인 선수 선호도를 꼽았습니다. 그는 “또 한국 축구는 모든 지도자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다. 물론 감독의 생각이고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중학교 때부터 크고 빠른 선수를 선호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분명 그 중에는 기술 있는 선수가 있다. 그런데 중간에 체격이 작고 체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도태된다. 하지만 축구는 대기만성 스포츠라고 저는 생각한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 내에서도 연령별 대표팀에 한 번도 안 뽑힌 선수들이 프로서 열심히 해 발탁된 선수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프로팀에서 빌드업을 가르치는 건 어렵다. 우리가 유소년부터 계속 가르쳐 나가야 하는데, 지도자들의 성적, 아이들의 성적, 더 나은 학교를 선택하는 게 우선 순위라 어려운 점이 있다. 저희는 이번 월드컵 결과와 관계없이, 3개월 전부터 현장에 있는 모든 점을 파악해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빌드업(Build-up)이라는 용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건축물 같은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이 용어가 색다르게 쓰이는데, 축구에서의 ‘빌드업’은 수비수가 공을 가지고 팀 동료에게 연결하며 적진으로 나아가 공격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홍 전무는 목소리를 높여 “앞으로 이런 것들이 반영 안 되고, 정책이 시행 안 된다면 4년 아니라 8년, 12년 후도 똑같다. 여러분들이 다 이 자리를 떠나고, 다른 사람이 오더라도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우리는 그때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누가 앉더라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사람을 바꾸고, 그래서 발전한다면 그거 바꾸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구조적인 게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는….”

끝으로 홍 전무는 “그래서 저희가 준비하는 것도 신체적인 조건이 좋은 선수들과 기술이 좋은 선수들을 구분해 두 파트로 운영하는 것이다. 장단점을 서로 보완해 가면서 나중에 20세 이상이 될 때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당장의 열매를 따기 위함이 아니다. 이 선수들이 언제 한국 축구를 위해 좋은 모습을 보일 지…. 물론 안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희 협회가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직원들, 축구인들, 언론인분들 모두가. 저는 이 순간이 하늘에서 내린 기회라 생각한다. 이 기회를 못 살리면 한국 축구에 더 이상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홍명보 선수의 축구계 문제의 진단은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입니다. 결국 실행이 되지 못하고 있는것이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처럼 개인경기가 있는 반면에 축구는 단체경기 입니다. 클래식도 솔리스트들이 있는 반면에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같은 단체종목도 있죠.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우열을 가리는것은 불가능 합니다.

홍명보 선수의 이번 월드컵관련 기자회견을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축구와 클래식 음악에 비슷한 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축구에서 클럽 시스템을 갖춘 재정적으로 월등한 유럽 선진국들의 인프라와 비교하는건 어불성설입니다.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때만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것도 우리의 취약점 이구요.

그래도 한국 축구와 클래식(오케스트라)간의 비슷한점 몇가지는 있습니다.

– 유소년 클래식 교육이 중요하다는 건 클래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 클래식 종사자들도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 13세부터 19세까지가 클래식 연주자로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입시를 위한 입시준비를 한다.
– 획일적인 연주자 선호도로 대체적으로 솔리스트를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
– 오케스트라에서의 ‘빌드업’은 자신만의 연주가 아닌 다른 동료들의 연주소리를 듣고 자신의 연주를 오케스트라 동료에게 맞추어 관중에게 들려주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는데, 프로 오케스트라에서 빌드업을 가르치는 건 어렵다. 유소년 시절부터  계속 가르쳐 나가야 하는데, 지도자들의 성적, 아이들의 성적, 더 나은 학교를 선택하는 게 우선 순위라 어려운 점이 있다 .
– 앞으로 이런 것들이 반영 안 되고, 정책이 시행 안 된다면 4년 아니라 8년, 12년 후도 똑같다.

연습도 육성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축구라면 시합(경기) 클래식이라면 연주(공연)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콩쿠르에 나갔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콩쿠르 전/후에 자신의 실력이 부쩍 달라진게 느껴진다는 말을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경기와 공연을 자주 해봐야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더 잘알고 다음번에 더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니까요.

입시와 진학을 위한 연습이 아니라 경기시합과 연주공연을 위한 연습이 되도록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추진해 나가야 할지 축구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오케스트라스토리 김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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