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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 심사 언제쯤 공정해질까?

심사위원이 제자 심사해 물의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수백 개의 콩쿠르가 열리고 있습니다. 악기별로는 물론이고, 지휘, 작곡, 실내악, 성악 등 다양한 분야로 진행되죠.

콩쿠르에 참가하는 음악도들은 대개 항공비, 숙식비, 참가비 등을 자비로 부담합니다. ‘경험이나 쌓아 보자’는 생각으로 콩쿠르에 나서는 음악도는 많지 않을 겁니다.

입상을 해서 상금도 받고- 보통 콩쿠르 상금은 비행기 값도 안 되기는 합니다 – 무엇보다 프로필 커리어를 쌓는데 목적을 두죠. 콩쿠르에 나설 정도의 준비와 본인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추고 도전에 나섭니다. 그리고 심사는 심사위원들이 ‘알아서’, ‘공정하게’ 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일부이기는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콩쿠르에서의 부정 심사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과 콩쿠르 참가자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죠.

지난 2월 진행된 싱가포르 바이올린 국제 콩쿠르의 경우 파이널에 진출한 참가자 모두가 심사위원들의 제자임이 밝혀졌죠. 나머지 약 30명의 참가자들은 결국 이들의 들러리 밖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 바이올린 국제 콩쿠르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죠.

또 지난 4월에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았다가 사흘 만에 사임한 일이 있었습니다. 임현정이 밝힌 사임하는 3가지 이유를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첫째, 악보를 외우지 못하고, 연주를 완성하지 못한 참가자가 파이널에 올랐다. 둘째, 이 피아니스트는 콩쿠르 심사위원장의 제자였다. 셋째, 심사위원들 간, 특히 심사위원들과 심사위원장과의 친밀함은 보이지 않는 압력일 수 있다.

더블린에서 열리고 있는 11회 더블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이상한 기운이 감지됩니다. 세컨드 라운드에 올라간 참가자의 절반이 심사위원들의 제자들이었고, 세미 파이널에는 12명 가운데 7명, 파이널에는 4명 가운데 2명이 그렇다고 합니다. 심사위원들은 콩쿠르 공동 창설자이자 심사위원장인 피아니스트 존 오코너(John O’Conor)가 임명했다고 하네요.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열린 국제 기타 콩쿠르가 큰 물의를 일으켰죠. 본래 심사위원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 참가하면 심사에서 빠지게 돼있는데 이를 어기고 한 심사위원이 자신의 제자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결국 금상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주최측 관계자가 서류를 위조해 그 심사위원이 심사에 참가하지 않은 것처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버렸습니다.

195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5회 쇼팽 콩쿠르에서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아담 하라셰비치에 이어 2등에 머무른 것에 격분해 심사위원인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가 동료 심사위원들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등 ‘스캔들’로 비화 됐었습니다.

국제콩쿠르 사상 가장 유명한 스캔들중 하나는 80년 쇼팽 콩쿠르에서 일어났습니다. 강력한 개성과 특이한 스타일로 무장한 이보 포고렐리치가 결선 진출에 실패하자 심사위원 중 그를 지지하던 아르헨티나의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심사위원직을 반납한 것입니다.

또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없었으나 뒷말만 무성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구소련의 개방과 함께 정부 지원이 줄면서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사무국은 90년 일본의 한 악기제조사에서 대대적인 협찬을 받았다. 우연히도(?) 같은 해 바이올린 부문 우승은 일본의 스와나이 아키코가 차지했고, 이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2003년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입상 거부 파문도 불거지면서 국제콩쿠르의 공정성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렸었습니다.

임동혁의 또 다른 사례로는 2000년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부조니 콩쿠르가 있습니다. 당시 2차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임동혁이 결선 진출자 명단에 오르지 못하자 현지 관객과 언론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스캔들로 비화된 것이죠. 그 뒤 콩쿠르 사무국측은 다음해 심사위원을 전원 교체해 문제가 있었음을 간접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임동혁은 본의 아니게 두 번이나 콩쿠르 심사의 공정성 시비에 관한 주인공이 된 것이죠.

이렇듯 심사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자 유명 콩쿠르의 주최측은 객관적인 판정을 위해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심사위원단이 매긴 점수 중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한 뒤 합산 평균을 내는 방법은 거의 모든 콩쿠르에서 실시 중인 고전적인 방법이고, 제자가 출연한 경우 해당 심사위원이 심사에서 빠지는 것도 공통적인 관례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국내 유명 콩쿠르중 하나인 동아일보 콩쿠르 관계자는 “최근 2년 안에 3개월 이상 가르친 학생이 있을 경우 심사위원에서 제외되는 것이 국제콩쿠르에서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합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어느 콩쿠르에 가던 심사위원과 연고가 있는 연주자들이 많이 참여한다. 스승이 심사에서 빠지더라도 동료 심사위원들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지역안배도 적용됩니다. 피아니스트 강충모는 “임동혁과 함께 지난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서 선전한 박종경 손민수가 최종 입상권에서 탈락한 것은 임동혁이 수상권에 들면서 ‘한국인 정원’이 다 찼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앞으로 한국 연주자들은 구미 연주자들보다 오히려 더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리스트와 부조니 콩쿠르 등에서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미경은 “일단 국제콩쿠르 심사위원 경력이 생기면 다른 콩쿠르에서도 심사를 맡는 식으로 일종의 ‘폐쇄적 서클’이 형성된다”고 말했습니다.

콩쿠르 뿐 아니라 오디션 등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무대에서는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무조건’ 확보돼야 합니다.

만일 재판정의 판사가 자기가족 사건에 대한 판결을 가족에게 유리하게 내린다면 누가 수긍할까요?

비단 콩쿠르뿐만 아니라 국내 오케스트라 오디션에서도 이 같은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오케스트라스토리 김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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